나이에 맞는 행동·절제능력 가르쳐야 [아이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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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리아의집 작성일2013-04-13 11:38 조회4,6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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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규일이는 아직도 아침마다 학교를 안 가려고 해 엄마를 애먹인다. 그동안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친가와 외가의 도움을 받았고 양가에선 모두 규일이를 예뻐해서 아이가 해야할 것도 모두 다 해주고 있었다. 규일이는 아직도 젓가락질을 안해 엄마가 밥숟가락에 반찬을 얹어 주고 있다. 학교에서는 혼자 젓가락질을 해서 잘 먹는데 집에선 안 하려 든다. 밥먹는 것뿐 아니라 옷도 입혀줘야 하고 준비물도 챙겨줘야 한다. 규일이는 가만히 있고 부모가 모두 시중들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도 비데를 사용한 후 엄마가 확인해 줘야 해 규일이는 밖에서 절대로 변을 보지 않고 꾹 참고 집에 와서 변을 본다. 1학년 때도 간간이 배가 아프다고 했고, 학교를 안 간 적도 있다. 학교에 대한 부담이 배아픈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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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된 성수의 엄마는 최근 상담기관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성수가 주의력에 문제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평가 때 잠시도 가만히 못있고 들락거리는가 하면, 교사가 그림을 그리라고 한 지시엔 아무렇게나 대충 그리고 말아 결국 심리평가는 중단되었다고 한다. 가끔 친척들이 모이면 아이가 말을 더 안 듣고 흥분해서 집에서보다 더 정신없이 행동해 이런저런 얘기는 들었지만 주의력 문제까지 나올 줄 몰랐다. 성수는 자식이 드문 집에 태어나 부모뿐 아니라 양쪽 집에서 떠받들며 성수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다. 매주 친할머니 집에 갈 땐 밥을 먹으면 성수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 준다는 조건을 달아 밥을 먹여 왔다. 밥을 먹을 때도 성수는 여기저기 들락거리는 버릇이 있다. 몇번 잔소리를 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는 한글을 모르는 아이가 성수를 포함해 2명뿐이라는 얘기를 듣고 성수엄마는 놀라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 하고는 안 하려고 해서 고민 중이다.
예로 든 규일이와 성수는 나이에 비해 신변처리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두 아이 모두 양육자가 아기취급을 하며 신변처리를 다 해주고 있어서 나이에 맞는 행동을 연습할 기회를 못 가진 것이다. 귀여움을 듬뿍 받고, 하고 싶은 대로 한 경험은 있으나 나이에 맞는 절제능력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집 밖으로 나갔을 때는 규칙에 맞추어 참아야 할 게 많은데 이에 적응이 안되니 학교를 안 가려는 문제가 생기고 한글지도연습 등에서 어려운 문제들이 나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신변처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고 있다. 나이 들면 저절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아이에게 신변처리를 가르치지 않는 조부모 외조부모도 많다.
신변처리는 단순한 연습이 아니다. 이를 통해 자율감을 형성하고 아기에서부터 벗어나 의존심이 줄어들고 나이에 맞는 아이의 마음상태가 된다. 싫은 것을 견디는 인내력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상 두돌 정도부터 ‘내가 내가’ 하면서 자기가 하려 든다. 자율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안돼’를 배우기 시작한다. 너무 마음대로 하게 해도, 또 너무 “안돼”를 많이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절이 필요한 시기이다.
적당한 조절을 배운 아이들은 스트레스 없이 안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세상에는 집에서보다 안되는 게 많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차츰 학습도 어려워진다. 조절을 잘 배운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가고 즐긴다.
그러나 집안에서 예쁘다고 아기 취급만 하고 신변처리를 스스로 하도록 가르치지 않은 아이들은 집 밖이 두렵고,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 것도 어렵다고 안하려 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먹고, 입고, 자고, 싸는 신변처리 능력이 끝나야 한다. 그래야 다음 과제인 알림장 챙기기, 숙제하기 등 학교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따라갈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기 취급이 아니다. 나이에 따라 해야 할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
신철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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