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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혼모 보고서> ②학교서 쫓겨나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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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리아의집 작성일2010-07-16 11:53 조회4,2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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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 촉구 퍼포먼스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회원들이 '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 촉구 집회에서 한국의 미혼모를 상징하는 대형 인형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아기 있으면 안돼"..학교 찾아 돌고 돌아도 '허탕'

미성년자 미혼모 부모 동의 없으면 양육권도 없어

전문가 "10대 미혼모 학습과 양육의 꿈 꺾지 말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이정진 기자 = "학습권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 인격완성을 위해 필요한 학습을 할 고유의 권리입니다. 청소년 미혼모에게도 교육받을 권리는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7월 여고생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인천의 한 고등학교의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정하고 학교장에 대해 김수현) 양의 재입학을 권고했다.

회계사를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김 양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입학을 했으며 지금은 고교를 졸업한 뒤 아이를 키우며 수도권 소재 대학 세무회계학과에 다니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후 일선 고등학교에서 미혼모들의 학습권은 제대로 보장되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 무기력한 인권위..학교측 미혼모 계속 거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학교에 돌아간 김 양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5개월 된 딸을 홀로 키우고 있던 미혼모 고교생 박희진(18.가명) 양은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지방에서 살다 청소년 미혼모 보호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서울로 올라온 박 양은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겠다며 전학할 학교를 수소문 중이었던 것.

하지만 그의 배우고 싶다는 당연한 소망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학 가능 여부를 타진한 10여개 학교 가운데 자리가 있다며 받아주겠다던 3∼4개 학교가 미혼모라는 점을 밝히자 모두 난색을 표했다.

박 양은 "받아주겠다고 했던 학교도 아이가 있다고 하니까 '그런 얘기하면 받아줄 학교가 100% 없으니까 다음에는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알아보라'며 전학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포기할까 싶던 순간 한 학교에서 전학을 허락했다.

운 좋게도 상담 교사가 미혼모가 낳은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던 터라 박양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받아준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학교생활은 이틀 만에 끝났다.

박 양은 "상담 선생님이 담임한테만 제가 미혼모라고 말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하다 교장선생님 귀에 들어갔다"면서 "그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박 양이 머물고 있던 보호시설까지 나서 백방으로 방법을 찾고 있던 차에 박양이 다니던 교회의 한 분이 친구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를 소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절망뿐이었다.

박 양은 "다 얘기가 됐다며 가보라 해서 갔는데,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인사치레로 한 말인데 진짜로 찾아왔느냐'면서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남은 방법은 대안학교뿐이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서울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니려면 일단은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어야 하고 해당 학교 교장의 추천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틀 만에 쫓겨난 학교에 추천서를 부탁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박 양은 "내 꿈을 위해서도 그렇고, 내 아이를 위해서도 공부를 해야 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있다고 해서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가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 양은 결국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지만 컴퓨터 보안전문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고교 졸업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8년 실시한 '청소년 미혼모 교육권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81%가 공부를 계속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주위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자퇴를 강요하며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오해라고 지적한다.

권희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미혼모를 보면 주위 아이들이 '나도 그래야겠다'고 하겠나,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하겠나"라며 "오히려 주위 아이들이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혼모자시설 두리홈의 여운자 사회복지사는 "과거 우리 시설에 머문 청소년 미혼모들을 볼 때, 누구보다 어려운 환경인 이들이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정말 학구열로 가득 찬 것"이라며 "아이들의 배우고 싶은 꿈을 꺾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 "어리지만 청소년 미혼모도 엄마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미혼모의 정확한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분만 건수가 2005년 1천622건, 2006년 1천444건, 2007년 2천336건 등으로 증가 추세인 점에 비춰볼 때 청소년 미혼모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54곳의 미혼모자시설 및 미혼모공동생활가정에 머물고 있는 미혼모 2천642명 중에서 만 19세 미만은 661명으로 전체의 25%에 이른다.

청소년 미혼모는 학생이어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출산 뒤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양육을 선택했다 해도 가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출산한 김수정(17.가명) 양은 딱 한 번 보고 안아보지도 못한 딸의 모습이 어른거려 눈물지을 때가 적지 않다.

딸은 지난달 말 입양됐고 다시는 보지 못할 운명이다.

직접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부모의 동의 없이는 양육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양은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키우고 싶었다"면서 "어리지만 내 아이를 키울지 말지는 엄마가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자문을 하고 있는 미국인 사회운동가 엘런 퍼나리 씨는 "미국의 경우 미성년자가 법적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양육 문제에 있어서는 미혼모 엄마의 의사가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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