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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혼모 보고서> ③ 손은 못잡아줄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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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리아의집 작성일2010-07-16 11:55 조회4,9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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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정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혼모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인터넷 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사이버 상담실도 미혼모가 수치심과 소외에 시달리고 생활기반을 잃게되며 아이는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0. 7. 7 <<특별취재팀 기사 참고>> withwit@yna.co.kr

"부도덕하고 불쌍한 여자" 낙인...편견 감수해야

미혼모는 동성애자 다음으로 차별 경험하는 집단

전문가들 "정부.공공기관부터 인식개선에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학력이 대체로 낮고,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며, 자취나 하숙을 하고, 성에 대한 가치관이 개방적이고 충동적이며,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고 부모와 떨어져 사는 사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건강길라잡이'는 미혼모를 이렇게 정의해 미혼모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정부기관마저 미혼모를 비하하는 세간의 편견을 수렴해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에 미혼모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며 가슴을 쳤다.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한 여성에 대한 '낙인'이 거의 없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의 미혼모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냉대를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 가장 큰 난관은 '편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9년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는 동성애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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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성공한 미혼모의 자녀들 (서울=연합뉴스) 억만장자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왼쪽부터), IT 성공신화를 쓰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등은 모두 미혼모의 자녀다. 2010.7.7 << 연합뉴스 DB >> withwit@yna.co.kr

또 한국인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웃으로는 동성애 가족과 외도로 갈등하는 가족 다음으로 미혼모 가족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미혼모가 '부도덕한 여자' 또는 '판단력이 없어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여자'라는 뿌리깊은 편견 때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5살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 최미연(37.가명)씨는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에서 온갖 소문이 일더니 몇년간 친하게 지냈던 단골손님마저 '아이 아빠가 유부남이라면서요?'라고 묻더군요. 미혼모는 그저 부도덕한 여자라고 판단하더라구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그 이후로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면서 손가락질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아이도 그런 시선을 받을 것 같아서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혼모 정숙희(35.가명)씨는 "동네 아주머니가 집에 애 아빠 흔적이 없는 걸 보고 꼬치꼬치 캐묻더니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불쌍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애 아빠와 어떻게든 잘해보라고 '조언'하더라"며 "버림받은 여자, 불쌍한 여자 정도로 취급하는데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미혼모는 과부, 이혼녀보다 부정적인 말"

미혼모 지원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트랙(TRACK)' 운영자 제인 정 트렌카(38)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다양한 단어로 구분해 차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싱글맘'으로 통칭하는데 한국에서는 과부, 이혼녀, 미혼모 등으로 구분하고 이 단어들 사이에도 위계가 있으며, 그중 미혼모는 가장 부정적인 단어로 쓰인다는 것이다.

트렌카씨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태율과 해외입양률로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입양률이 2%에 그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자녀로 태어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미혼모 가족의 성공이 신기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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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입양인들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해외 입양되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자녀들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트랙(TRACK)' 은 "미혼모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냉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해외입양률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2010. 7. 7 <<특별취재팀 기사 참고. TRACK>> withwit@yna.co.kr

억만장자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IT 성공신화를 쓰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등은 모두 미혼모의 자녀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세계적인 시인으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마야 안젤루도 미혼모였으며, 1990년대 초 미국 TV드라마 극중 인물 머피 브라운은 미혼으로 출산을 결심해 캐릭터가 큰 인기를 얻었다.

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한국계 미국인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도 싱글맘의 자녀다.

◇ 정부나 공공기관부터 인식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적인 영역에서부터 미혼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 이후 정부에서 조손ㆍ다문화ㆍ한부모 가족 등을 다양한 가족으로 홍보하면서 상당 부분 인식개선이 이뤄졌으나 미혼모 가족은 홍보의 틀에서 계속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운영 사이트에 '황당한' 미혼모 정의가 게시되고, 가구 특성별 육아 지원내용을 설명하면서 신혼부부ㆍ입양아ㆍ장애아ㆍ농어업인 가정은 상세히 거론하고 미혼모 가정은 포함하지 않는 등 미혼모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혼모를 직접 대면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거부감이 팽배해 어렵사리 만들어진 지원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이미정 박사는 "미혼모가 기초수급권을 신청하러 동주민센터에 가면 담당자들이 '미혼모냐' '아버지가 없느냐'며 큰 소리로 모욕을 줘 신청을 마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 여성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도와야 할 공무원의 태도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미혼모가족협회 정선옥 사무국장도 "여성 긴급전화(1366)에서 일하는 상담사마저도 '미혼모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면 '입양할 거냐 안 할 거냐'는 이야기부터 한다"며 "일선에서 여성을 돕는다는 이들의 인식이 이런데 미혼모가 어떻게 권익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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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글맘 (서울=연합뉴스) 미국에서 운용되는 지역사회 기반 미혼모 지원 시설인 ‘부모자녀센터’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미혼모들. 미국은 신생아의 40% 이상이 혼외 자녀로 태어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2010. 7. 7 <<특별취재팀 기사 참고.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withwit@yna.co.kr photo3@yna.co.kr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코디네이터도 "미혼모 자녀도 아버지에게 안마를 해주고 구두를 닦아오라는 식의 숙제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며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가족을 배려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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